Mingurino
배러댄서프 크루의 초창기 멤버이자,
스케이트보더이자 서퍼인 민규와 함께한
강원도 강릉에서의 워라밸 라이프 보고서,
BETTER THAN SURF X 민규의 이야기
Mingurino
https://www.instagram.com/mingurino
Q. 안녕하세요, 민규 씨.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SNS 계정을 통해서 스케이트보드를 멋지게 타시는 모습을 보면서 일상 속에서 민규님 처럼, 일상과 레저가 균형 잡힌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싶다는 영감을 받곤 했는데요. 어떤 계기를 통해 이런 라이프 스타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계기는 특별히 없고, 어릴 때부터 이렇게 살아와서 지금도 이렇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학생 때, 공부를 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스케이트보드나 서핑을 해왔고, 성인이 되서도 자연스럽게 일을 하면서 스케이트보드, 서핑을 하게 된 거죠.
Q. 스케이트보드는 어렸을 때부터 타신 건가요? 몇 살 때 처음 시작하셨나요?
네, 어렸을 때부터 탔어요. 13살부터 시작했어요. 지금 16년 탔네요.
Q. 우리나라의 스케이트 문화가 외국에 비하면 사실 엄청 보편적이진 않잖아요. 처음에 어떻게 접하게 되신 지 궁금해요.
어릴 때, 학교에서 핑거보드라고 손가락으로 하는 작은 스케이트보드가 있어요. 그걸 반 친구들이 하는 걸 보고서 따라 하다가 이제 실제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면 재미있겠다 해서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한 가지에 꽂히면 정말 빠져드는 편이라서, 스케이트보드를 그 이후로 계속하게 된 거죠.
Q. 그럼, 자연스럽게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서핑도 접하게 되신 건가요?
그렇죠, 어릴 때에 서핑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는데 뭔가 스케이트보드에 비해서는 단조롭게 보이는 면이 있어서 시도를 안 하고 있다가 막상 성인이 된 이후 타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Q. 우리 주변에 사실 스케이트보드를 탈만한 장소가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주로 어디에서 보드를 타셨나요?
제가 김포 살았는데, 서울에 비해서는 보드를 전용으로 탈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주말마다 왕복으로 3시간 거리를 버스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배우고 탔어요. 평일에는 집 앞 공터에서 주로 타고요.
Q. 스케이트보드를 처음엔 어떻게 배우고 타게 되신 건가요?
제가 어렸을 때는 주변에 그런 시스템이 전혀 없었어요. 잘 찾아보면 스폿이라고 하는 공간이 있거든요, 그 공간에 매주 가서 연습을 하다보면, 형들이 한 두 마디씩 해주었고, 그때 많이 배웠어요. 그때도 생각해 보면 그런 문화적 장소가 서울에 국한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실내 파크들도 많이 생겨서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잘 정착이 되어있는데, 그땐 그렇지 못했죠. 그래서 안전하게 스케이트보드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된 것 같아요.
Q. 민규 님의 ‘강릉 스케이트보드파크‘의 꿈이 어린 시절부터 키우게 되신 건가요?
그렇죠, 어릴 때 사실은 파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막연히 잘 타고 싶다는 생각으로 계속 탔던 것 같은데 그게 지금의 모습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Q. 직접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달라진 생각이 있나요?
아직까지는 여전히 재밌어요. 어릴 때는 사실 스스로 타는 재미가 컸는데, 요즘은 제가 타는 것도 재미있지만 제가 알고 있는 노하우를 다른 새로 시작하는 친구들이 배워서 실력이 늘면서 재밌어하는 걸 보면 그게 또 재미있더라고요. 가르쳐주는 재미가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도 스케이트보드를 꽤 어린 나이에 시작하다 보니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팁을 알려주기 좋았는데, 그때도 그렇게 가르쳐주는 거에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 제 업이 된 것 같아요.
Q. 우리 일상에서 생각해 보면, 실내 스케이트장처럼 편하게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진 않은 것 같아요. 서울로 3시간 거리를 버스 타고 가신 것처럼, 어떻게 해소하셨는지 궁금해요.
근데 그게, 서울로 3시간 간 이유는 혼자 타기 싫어서 간 거거든요. 사실 스케이트보드는 스케이트장에서 탈 수 있는 게 아니고 보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탈 수 있어요. 바닥이 안 좋아도 사실 그런 건 다 핑계고, 바닥이 안 좋아도 어디서든 다 탈 수 있어요.
Q. 일반 도로 면에서 타면 다치는 공포감이 있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면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보면 부상은 정말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거여서, 처음 탈 때는 물론 안전하게 배우면서 타는 게 가장 좋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점점 낙법 실력도 높아져요. 보드를 탈 때 처음 배우는 기술을 한 번 익히려면 적어도 100번은 넘어져야 한 번 성공하거든요. 일반적으로는 누가 넘어지면 ‘어유, 괜찮아?‘라고 하지만, 스케이트보드 타는 친구들은 넘어지면 신경을 쓰지 않거든요. 낙법을 어느 정도 익혔다고 생각하거든요.
Q. 혼자 타는 것보다, 같이 타는 것이 재밌다는 생각이신가요?
그렇죠, 서핑은 생각해 보면 이게 파도가 한정적이다 보니까 약간 경쟁하는 운동이 될 수 있잖아요. 근데 스케이트보드는 같은 보드를 타는 건데 느낌이 정말 달라요. 스케이트보드는 외국인이든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든 보드를 들고 있으면 ‘어? 스케이트보드 타? 같이 타자’ 이런 분위기가 되는데 서핑은 내가 타던 구역에 다른 사람이 오면 경계부터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스케이트보드를 들고 일본을 가던 발리를 가던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먼저 외국인들이 말을 걸어요. ‘어디서 왔어? 나랑 같이 타자’ 이런 식으로요.
Q.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두 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스케이트보드는 누가 어려운 기술을 하다가 한 번 성공하면 다 같이 엄청 환호해 주는 분위기예요.예를 들면 처음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알리 자세를 제대로 하면 그걸로도 ‘오!’ 해주는, 호응이 되게 좋은 편이죠. 서핑 같은 경우는, 자연에서 파도 면을 탔을 때, 내가 내 힘으로 이 파도를 잡고 면을 타고 사이드 라이딩을 할 때 보이는 뷰 가, 너무 아름답다고 해야 되나 그런 거에서 오는 성취감도 있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재미가 있죠. 자연과 나의 교감, 혼자 명상 같은 느낌이 있어요.
두 개의 공통점은 ‘어려워서’ 오히려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되게 어렵다 보니까 연습을 계속하다가 한 번 성공했을 때 그 성취감 때문에 계속하게 되는 거죠.
Q. 그러네요, 스케이트보드는 근데 도로면에 바로 떨어지잖아요. 기술을 연습하시다가 혹시 다치신 적은 있으신가요?
되게 많이 다쳐요. 특히 발목. 접질리는 경우는 다반사고 저는 부러진 적은 없는데 주변에 보면 무릎 십자인대라든지 발목뼈가 부러진다든지 그런 부상, 팔이 부러진다거나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근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어느 정도 오래 타신 분들은 낙법이 잘 돼서 되게 막 스케일이 큰 기술을 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크게 다치진 않는 것 같아요. 자잘 자잘하게 다치는 건 많아도요.
Q. 저는 최근에 본 영상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게, 선셋 시간대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도로를 내려가는 스케이트보더를 보고 아찔하더라고요. 민규 님은 이런 위험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스케이트보드도 종류가 다양해요. 같은 보드라도 어떤 사람은 계단이나 핸드레일을 주로 타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렛지라고 해서 이런 박스 트릭을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플립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고. 보신 거는 아마 샌프란시스코 쪽에 되게 경사가 심한 도로가 있는 동네가 있더라고요. 맨 위에서부터 쏘듯이 내려가는 걸 다운 힐이라고 하는데, 그 장르의 경우 영상에서 보면 한 명이 그냥 내려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밑에서 친구들이 미리 장소에 서있고 봐줘요. 차가 오면 사인을 주는 거죠. 그럼에도 위험하긴 하죠. 저는 하진 않지만,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핑도 보면 기술적으로 테크닉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엄청 큰 파도를 즐겨 타는 사람이 있잖아요. 장르는 다르지만 같은 보드라고 생각하면 둘 다 서로 다른 매력이 있죠.
스케이트보드의 문화를 떠올리면 엄청 거칠고, 찢어진 옷 입고 다닐 것 같고, 신발도 금방 찢어지는 그런 문화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문화를 즐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이미지가 연상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보드를 타면 금방 옷이나 신발이 해져요. 오히려 신발이 깨끗하면 이상하죠.
Q. 강원도로 아예 이주하게 되신 건 언제인가요?
이제 1년 정도 되었어요. 그전부터 서핑하러 왔다 갔다 하긴 했는데 아예 이주한건 1년이죠.
Q. 아예 강원도에 정착해야겠다는 결정은 어떤 계기로 하신 건가요?
원래는 제가 군대를 늦게 다녀왔는데, 제대 하자마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려고 했어요. 서핑 때문에요. 근데 그때 코로나가 갑자기 터지게 되어서 못 가게 되었죠. 아쉬운 마음에 서핑만 제대로 계속해보려고 여름에는 제주도에 계속 있고, 가을, 겨울이 되면 양양에 있고 이런 생활을 2년 했는데 계속하다 보니까 수입도 있어야 하고 생활하기가 힘들어서 강원도가 가장 정착하기 적당한 것 같다 싶어서 정착했어요. 사실 제가 김포에 살았었는데, 여기보다 물론 더 인구도 많고 거기서 스케이트파크를 했으면 돈을 더 벌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은 거예요. 서핑을 못하니까요. 강원도에 온다고 해서 정말 외지거나 이런 게 아니고 제가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어서 오기를 저는 너무 잘했다고 생각해요.
Q. 강원도에서 나만 알고 싶은 서핑 스팟은 어딘가요?
이미 다 아는 곳이라서, 굳이 나만 알고 싶은(?)은 잘 모르겠지만(웃음), 저는 딱 정해져 있어요. 갯마을, 기사문, 하조대, 인구 이 네 군데에만 다 있는 것 같아요. 파도가 작든 크든 다 거기서 탈 수 있죠.
Q. 새벽 시간대에 서핑하는 걸 선호하신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새벽 시간대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요?
새벽에 아무래도 바람이 잔잔하기도 하고 파도가 오전, 오후 시간대보다 새벽, 해 질 녘 시간대를 저는 약속의 시간이라고 하거든요. 그 시간대가 되면 항상 파도가 약속한 것처럼 되게 좋아요. 그렇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출근해야 되니까 그렇기도 해요.
Q. 평상시에 즐겨 들으시는 음악도 궁금해요.
저는 힙합 장르를 주로 들어요. 노트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비기 같은 올드스쿨도 좋아하고, 포스트 말론, 스웨이, 트레비스 스캇 등 힙합 장르는 전반적으로 듣는 편이에요.
Q. 스케이트보더로서, 민규 님이 가장 영감을 받은 영화도 궁금해요.
저는 오히려, 질문하고는 벗어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영화보다 스케이트보더들의 비디오를 보고 영감을 많이 받아요. 유튜브에 올라오는 짤막한 비디오들 말고, 프로들마다 소속되어 있는 브랜드들의 비디오들. 분기별이나 연간이나 선수들 이름으로 나오는 Full-length 영상들이요.
Q. 서퍼로서 기술적으로나 스타일적으로나 이루고 싶은 다음 목표가 있나요?
제가 생각했을 때 스케이트보드는 기술적으로 되게 다양해요. 보드가 왼쪽으로 노느냐, 오른쪽으로 노느냐, 플립이 안쪽으로 도나, 바깥쪽으로 도나, 몸을 돌리면서 회전을 같이 조합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기술이 되게 방대한데, 서핑의 경우 기술적인 것보다 스타일의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레일을 수직으로 정확히 올라가서 속도 감소 없이 돌리는, 그런 기술적인 면이 있기도 한데 저는 이걸 스타일이라고 더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서핑의 목표는 좀 더 불필요한 자세 없이 예쁘게 타고 싶어요.
Q. 강릉 스케이트 보드 파크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볕 잘 드는 1층에 차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일반적인 한국의 스케이트파크를 보면 파크랑 카페랑 같이 하는 경우가 별로 없더라고요. 복층으로 1.5층 위에서 커피 마시면서 위에서 파크를 내려다볼 수 있고 만드고 1층은 보드를 타는 전용 공간으로 만들 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또 부모님들이 아이가 보드를 타면 좋겠다 생각하면 좋고요.
Q. 배러댄서프의 크루로서 브랜드에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스케이트보드도 그렇고 서핑도 그렇고 각 브랜드마다 크루 라이더가 있잖아요. 그 라이더들이 부각이 되는 영상이나 사진이 생각보다 자주 올라와야 된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이미지가 결국에는 거기서 나오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슈프림 브랜드를 보면, 프로 스케이터들이 그 옷을 입고 스케이트를 타면서 사람들이 그걸 보고 멋있다 생각하니까 옷을 구매하게 되는 것처럼요. 배러댄서프도 그렇게 의류 브랜드로서 중요한 점도 있겠지만, 소속 라이더가 어떻게 멋있게 연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3분 영상을 만드는데 쉽지는 않죠. 촬영 스케줄도 짜야하지, 만나서 찍고 편집하고 하는데 진짜 길면 한 두 달 걸리기도 하잖아요. 근데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잘 거쳐야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